황해는 왜 보고 나서 해설을 찾아보게 되는가
인방 플랫폼에서 같이보기로 황해를 봤다.
나 역시 예전에 본 뒤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보는 영화이지만 워낙에 잘 만든 영화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
오랜만에 봐도 역시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내뿜는 에너지는 여전히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황해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밌긴 한데 그래서 이야기가 왜 이렇게 복잡해??"
나 역시 처음 봤을 때 그랬고 나중에 인물관계도나 해석을 찾아본 뒤에야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하고 이해한 부분이 꽤 많았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그 이유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다.
내가 봤을 때 <황해>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적 연결고리 중 하나는

"은행원 김정환 - 웨이터 - 면정학"이다.
이 관계가 이해돼야 김승현을 죽이려던 두 개의 청부 라인이 분리된다.

한쪽에는 김태원(사장) - 최성남 - 김승현의 운전기사 라인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김정환 - 웨이터 - 면정학 - 구남의 라인이 있다.
이걸 알아야 김태원이 왜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던 면정학을 자기 사건의 관계자로 오해해 건드렸는지가 설명되고
마지막에 김승현의 아내가 김정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도
"아, 그래서 김정환이 김승현(곽도원)을 죽이려 했던 거구나"라는 연결이 성립한다.

즉 영화 전체의 복잡한 관계를 풀어주는 상당히 중요한 고리다.
그런데 <황해>는 이 고리를 관객이 가장 놓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한다.
김태원이 웨이터를 붙잡아 두들겨 패며 심문하는 장면에서 이 관계가 사실상 한꺼번에 밝혀진다.

문제는 그 웨이터가 그전까지 중요 인물로 각인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이 끌려와 맞고 있는데
그 사람이 우물우물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김정환과 면정학을 연결하는 영화의 핵심 정보를 쏟아낸다.

물론 영화는 그전에 김정환의 명함을 화면에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정보를 화면에 노출했다"는 것과 "관객이 그 정보를 취득했다"는 것이
전혀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정환이라는 인물이 아직 중요하게 각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함을 몇 초 보여준다고 해서
첫 관람의 관객이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가 웨이터의 잘 들리지 않는 자백과 즉시 연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눈썰미가 좋고 대사까지 정확히 들은 사람에게는 모든 단서가 제공된 영화지만
그중 하나만 놓친 관객에게는 이후의 인과관계가 통째로 흔들려버리는 구조가 된다.
나는 이 지점이 <황해>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친절한 영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불친절함은 관객에게
"저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중요하다"는 질문을 먼저 던져놓고
나중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조립하게 만든다.
반대로 좋지 않은 불친절함은 중요한 정보가 지나갔다는 사실조차 관객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관객이 "저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조차 모른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친절함은 해석의 여지를 넓혀주는 장치가 아니라
단순히 인과관계를 놓치게 만드는 정보 전달의 실패에 가까워진다.
황해의 김정환 - 웨이터 - 면정학 라인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아쉬움은 막상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전부 풀어놓았을 때 더 커진다.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까지 난해하거나 고차원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거대한 범죄 음모가 얽힌 것처럼 보이지만 그 껍데기를 벗겨놓으면
조금 과장해서 말해 아침드라마에서 볼 법한 치졸한 치정극이 사건의 뼈대다.
그래서 오히려 묻게 된다.
과연 이 영화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이 정도의 불친절함까지 감수하라고 요구할 만큼, 그 자체로 그렇게 세련된 이야기였는가.
나는 여기에는 조금 회의적이다.
황해를 대단하게 만드는 것은 복잡한 플롯 그 자체라기보다
이 단순하고 치졸한 욕망들을 폭력의 연쇄로 폭발시키는 나홍진의 연출력과 영화의 엄청난 에너지라고 본다.
그렇다면 굳이 이야기의 핵심 연결고리까지 흐릿하게 만들어 관객이 구조 자체를 놓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이나 중반에 20~30초 정도만 다른 선택을 했어도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을 것이다.

구남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뉴스가 TV에 나오고, 김정환과 웨이터가 그것을 보면서 언쟁을 하는 것이다.
김정환이 웨이터의 멱살을 잡고 "일 처리를 왜 이따위로 했냐"고 따지고
웨이터는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받아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 장면에서도 누가 누구를 죽이라고 했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관객은 "저 둘은 뭐지?", "왜 구남이 잡히지 않은 걸 저 사람들이 저렇게 신경 쓰지?"라는 질문만 갖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 김태원에게 웨이터가 붙잡혀 나오면 바로
"어? 아까 은행원이랑 있던 그 사람인데?"라는 인물 인식이 발생한다.
그 상태에서 웨이터가 면정학 이야기를 하면 관객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처음부터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던져진 의문의 답을 듣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구남이 은행에 찾아가 김승현의 아내와 김정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순간에는 굳이 아무 설명도 필요 없다.
이미 관객은 김정환이 김승현 살인청부에 관계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김승현의 아내가 그의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아, 그래서 김승현을 죽이려고 했던 거구나."
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다.
오히려 지금보다 마지막 장면의 힘도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영화는 그 장면에서 관객에게 김정환이라는 인물이 누구였는지 기억하고
웨이터의 자백을 다시 떠올리고, 면정학과의 관계를 복원한 뒤, 김승현의 아내와의 관계까지 한꺼번에 추론하도록 요구한다.
반면 앞에서 김정환과 웨이터의 관계를 한 번만 각인해줬다면
마지막 은행 장면에서는 단 하나의 정보만 추가하면 된다.
김승현의 아내와 김정환이 연결돼 있다는 것.
그러면 그 장면은 설명이 아니라 완벽한 회수가 된다.

아마 나홍진 감독은 이런 식의 장면을 지나치게 기능적인 설명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일 처리를 왜 이따위로 했어" 같은 대사로 두 사람의 관계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영화의 거친 미학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 선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을 미학적으로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기능을 수행할 다른 영화적 방법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본다.
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모습을 한 번 보여준다거나, 짧은 전화 통화를 들려준다거나, 웨이터가 김정환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식으로 얼마든지 가능했다.
문제는 설명을 제거한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사실상 비워뒀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관객이 집중하지 않아서 놓쳤다"는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영화가 복잡해서도 아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복잡하게 전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복잡한 이야기일수록 관객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정보에는 그에 맞는 서사적 강조가 필요하다.
<황해>는 그 중요도에 비해 김정환과 웨이터의 연결을 너무 희미하게 처리했고
영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웨이터의 한 차례 자백에 병목처럼 몰려버렸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해설이나 인물관계도를 본 뒤에야 "아~" 하는 관객들이 유독 많았던 것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황해>가 아쉬운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지금 봐도 엄청나다.
구남의 도주부터 자동차 추격, 면정학과 김태원의 충돌까지 계속해서
액션이 다음 액션을 밀어내며 달려가는 후반부의 추진력은 요즘 한국영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 정도의 에너지와 야심을 가진 영화라면 관객에게 정답을 떠먹여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정답을 숨길 거라면 최소한 관객이
"무엇을 궁금해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게 만들어줬어야 했다.
<황해>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 거친 불친절함을 영화의 매력으로 만들어냈지만,
김정환 - 웨이터 - 면정학의 연결고리에서만큼은 절제와 누락의 경계를 조금 넘어버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 실시간 네티즌 베스트 반응
- 네XX라오 잘쓴 글이다. 나도 황해 보고 한번에 이해 못해서 마지막에 저 은행원 뭐지? 싶었음ㅋㅋㅋ
- 첼X기와..황해 나만 이해못한게 아니구나..ㅋㅋ 분명 단순한것같앗는데도 어느순간 복잡해져서 이해가안갓는데
- 컨XXX션나홍진 영화세계의 핵심인거 같음. 불친절함과 이해할수없음... 그게 도를 지나친게 그 영화고
- 공XXXXX티호~프
- 체XX맨당시 같이보던 인방인들도 영화끝나고 관계도부터 정리들어갈정도로 좀 복잡하긴하죠
- 허X필은행원이 굳이 필요했나 싶음
- 로XXX생누가 추격자랑 황해 둘다 하정우의 성적 컴플렉스로 시작된 이야기라 하던데
- 왕XXXXX만재밌게 본 입장에선 다회차하기 좋은영화였음 보고 찾아보고 이거구나 알고 또보고
- 골X다해설 영상 좋은거 없노?
- 사XXXXX테팅테솔스 저거 ㄹㅇ 1회차땐 아리송하다가 2회차부터 박수가 절로 나옴
- 봉XXX차20때는 이런 영화 찾아보곤 했는데 30대 들어서니 이런 영화는 나에게 불쾌감만 줌. 영화 러닝 타임 모든걸 끝내겠다는 결심으로 딱 보는데 머리 만 더 아파지고 의아함만 남음.
- 샤XXX편ㅊㅊ
- 쁘X멍그래서 인육 먹은거 맞지?
- 인XXXX포소고기 맞을껄
- gXXXXXn황해 두번봤는데 보고나서 찾아보게되는 영화란 얘기 처음들었다... 생각도 안들었는데
- GXXXXXE나 황해 봤는데 왜 저 은행원이 누군지 기억도 안나냐 왜
- SXXXXX고헉 모든 미스테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는데 ㄷㄷㄷ
- 물XXXX래의도적 설명 스킵이 잘 먹히면 곡성처럼 좋은 영화가 나오는거고그게 안먹히면 호프처럼 괴작이 나오는거고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호프는 설명을 아예 스킵한것도 아니네;;;
- kXXXy곡성도 황정민이 어느정도 힌트는 넣어주는게 관객에 대한 예의다라고 해서 의견 듣고 넣은 장면 많다고 들었음. 무당이 훈도시입고있는 장면이라던가
- 사XXXX철엄지손가락을 가지고싶은 연변 남자의처절한 로맨스
- GXXXXXE리얼 엠지족이잖어
- 제XX크엄지 ㄴㄴ 앰지 ㅋㅋㅋ
- EXXXXa이해할 수 없는 걸 이야기 할 때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게 예술의 방식인듯
- 훈XXX훈황해는 좀비물임 등장인물들이 죽질 않아 ㅋㅋㅋ
- lXXXXXn마지막에 죽지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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