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뒤늦게 쓰는 오디세이 장문 후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의 결말은 이렇다. 깊은 상처를 입은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의 무릎에 머리를 누인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은 바다 위에 있고, 배는 나아간다. 오디세우스는 전쟁과 통치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페넬로페가 함께한다. 화면은 밝고 평온하다. 모두가 웃고 있다.
이 장면을 영화 내의 사실이자 확정된 후일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디세우스는 긴 여정 끝에 돌아왔고, 제우스의 법을 어긴 죄를 텔레마코스에게 물려주지 않고서 이타카의 질서를 되찾았다. 추방이지만 해방이며, 형벌이라기보다는 구원이다.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영화가 끝나고 몇몇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세이렌의 노래가, 오디세우스가 들려준 설명이 떠올랐다.
"All the things you want it to be. Then, all the things you wish you never wished for.
It was the delicious itch you go to scratch but find it’s under the skin, you can’t reach it. So the delicious itch becomes unbearable.
It told you what you most want…is what you most can’t have.
And what you most can’t have…is what you already had...and lost..."
세이렌의 노래는 오디세우스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가장 가질 수 없는 것이며, 가장 가질 수 없는 것은 오디세우스가 이미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이라 말한다. (이 대사는 원전에도 존재하지 않는, 놀란의 창작이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그 세이렌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동안 울음을 터뜨리고 절규했던 것이다. 도대체 오디세우스가 가장 가질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랬을까?
여기에 핵심이 있다. 첫번째 답은 어쩌면 귀향이다. 그가 이미 가졌고 잃어버린 것은 고향과 가족이고, 오디세우스의 절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귀향하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It was the song of all the promises I failed to keep. And it told me I don’t really want to go home."
그러나 이어지는 대사에서,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래가 자신이 지키지 못한 모든 약속에 대한 노래였으며, 실제로는 자신이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들려주었다고 말한다.
애초에 그의 귀향은 이미 예언되어 있다. 하데스의 예언자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태양신의 소를 잡아먹고 모두 죽을 것이지만, 오직 오디세우스만은 이타카에 돌아가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들이 선택한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이미 실현이 확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의 절규를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두번째 답은 오디세우스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귀향이 아니라 속죄라는 것이다.
전쟁 이전의 오디세우스에게는 정의가 있었다. 그는 사냥감을 몰래 죽이지 않았다. 활시위를 튕겨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상대에게 달아나거나 맞설 기회를 주었다. 트로이의 목마는 그 정의의 완전한 배반이다. 오디세우스는 적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대신 제물 안에 숨었다. 그 결과 트로이인들은 오디세우스의 계략에 속아 스스로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고 도살당한다. 나중에, 시논의 이름으로 행하는(시논의 이름을 뒤집어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그의 고백에서 "싸움을 사냥으로 만들었다"는 말은 오디세우스가 원래 자기 자신을 규정하던 윤리적 경계를 없애버렸다는 뜻이 된다. 사냥을 싸움으로 만들어 오던 남자가 싸움을 사냥으로 바꾼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귀향도, 속죄도 아니라 과거의 취소이며, 죄 이후의 삶이 아니라 죄 이전의 자신이다. 오디세우스는 물질적인 고향이 아니라 트로이 목마를 생각해내지 않은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부하들의 죽음을 속죄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은 지휘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아내와 아들에게 돌아온 남편과 아버지가 아니라 아내와 아들을 떠나지 않은 남편과 아버지, 트로이를 함락시킨 영웅이 아니라 사냥감에게 먼저 활시위를 울려주던 정의로운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것은 '가장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이미 가졌다가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이타카에 도착할 수는 있어도, 떠나기 전의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트로이에서 벌어진 일은 노래가 되어 영원히 울려퍼진다. 그것을 계획한 사람이 돌아오는 순간 전쟁도 함께 귀환한다. ("바다민족이 오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에서 자신이 알던 세계와 자신의 집까지 불태웠다. 그렇기에 오디세우스는 로터스 잎을 먹으며 10년을 방황했던 것이다. 오디세우스를 절규하게 한 것은 예언대로 이타카에 도착하더라도 이전의 자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디세이의 결말은 바로 그 불가능한 갈망을 정확히 재현한다. 자신의 부재를 용서한 페넬로페, 더 이상 살육하지 않아도 되는 삶, 죽은 부하들에게 속죄할 기회, 젊은 시절 아내와 바라던 삶이, 전쟁에 가지 말고 함께 태양을 좇아 떠나자는 오래된 소망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채 실현된다. 세이렌이 노래한 '가장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의 완성된 이미지다. 이 서쪽으로의 항해가 오디세우스에게 의미하는 것은 순수한 속죄 그 자체로, 과거를 되돌리지 않고도 그 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이다. 내 생각에 그것이 가능한 곳은 오디세우스의 의식속 뿐이다.
하지만 놀란은 결말에서 낙관과 비관의 균형을 두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대사는 '새로운 새벽이 온다'는 낙관 절반과 '우리의 잘못은 다시 잊힐 것이다'라는 비관 절반으로 구성된다. 밝음은 바로 오디세우스가 보는 마지막 항해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장면에는 재생과 새로운 시작의 행복감이 넘실댄다. 그리고 어둠은 그너머에 있다. 트로이는 이미 불탔고,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으며, 그가 저지른 일은 현실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놀란이 만든 오디세이의 결말은 만약에 해피엔딩이더라도 해피엔딩이 아니다. 동시에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해피엔딩일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박수를 칠 수 없었던 것이다.
🔥 실시간 네티즌 베스트 반응
- 헷X1크.. 후기 잘 봤습니다.
- 노X고완벽한 후기 감사합니다
- pXXXX1와 글쏨씨 예술이시네
- 김X준멋진영화의 멋진후기 감사합니다
- 뿡XXX2진짜 잘썻네. 이동진 싸닥션 후려버림
- 좌XX도영화 보고 궁금한게 있는데트로이 가서 아테나 상징하는 동상 목 베는거랑, 아테나 신전?에 불지르는거그런건 그래도 되는건가요?제우스의 법을 결국 어겼다 이렇게됐지만 계속 지키려는 모습 보였는데 이것들은 고민도 없는거 같아서 궁금하네요
- 김XXXXXX장엄밀히 말하면 규율이 무너진 부하들이 통제할틈도 없이 저지른 행위들이라고 보는게 맞다고 봄 그래서 부하들은 아무도 살아서 고향까지 못 돌아온거고 규율을 어긴자들의 말로는 모두 좋지 못했고 이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었음
- 黃X勳애초에 공물을 매복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신에 대한 모독이자 세상을 유지하는 룰을 부수는 행위였음
- 김XXXXXX장ㅇㅇ 맞음 그래서 오디세우스도 고난을 겪은거고 스포가 될 수 있지만 결말도 그리 끝난거라고 봄
- 黃X勳안되니까 아테나의 업보를 받아서 바다를 헤메고거기서 제우스 포세이돈 등등등 업보를 더 누적하는 바람에 수십년간 집으로 못돌아가는게오디세이아의 주요 내용
- 순XXX관10년의 분노에 휩싸여서 사리분간 못하고 베어버린 거 아님?
- 코XXXXX0따지고 보면 트로이 목마부터 약속을 어긴 셈이고, 병사들도 몇년이나 쌓여서 미친듯이 분풀이한거라고 나오니까오디세우스만 제정신이었고
- 무XX함사실 그것까지 죄에 포함되는것이긴 해요작중 키르케가 오디세우스 부하들에대해 말하는것도 같은 이유고요
- 마XX리안되는건데 했잖아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계속 그거에 대해서 죄책감과 심리적 압박을 영화 내내 느끼고 있었음젠다야가 연기한 아테네가 계속 나와서 오디세우스 갈구는게 그 이유임 자기의 죄의식이 집으로 복귀하는 10년 내내 자기 내부를 갉아 먹는거였음그리고 결국 나는 제우스의 법을 어겼고 미래에 나도 똑같이 당할거다 세계는 이런식으로 변했다방랑자한테 친절하고 베푸는 제우스의 법은 이제 없다 이러잖아
- 막XXXXXX연그모든것들이 제우스의 법을 어긴거아닐까 싶긴함 신께 바치는 제물이라고 해서 트로이사람들은 받아들였는데 그걸 통수친 모든 행위가
- IXXXXXX|그래서 트로이전쟁이 신화의 종말이라는 말이있는거임
- 왕XXXXX욱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시간은 이타카에서 만나 다시 흐른다
- 박X아그래서 볼만함?
- 푸X밤ㅇㅇ
- 黃X勳세이렌 노래 = 트래시 토킹재해석 ㄷㄷㄷ
- 정X와페넬로페의 재혼 상대가 오디세우스가 마녀 키르케와 낳은 아들이라는 걸 보고 머리가 띵했는데 심지어 키르케는 텔레마코스랑 재혼하고 ㅋㅋㅋ
- 채XXXXXX드이복형제가 서로의 엄마와 결혼하는 개막장스토리 ㅋㅋㅋ
- 톰X짤 ㅈㄴ웃기네 ㅋㅋㅋ
- 똥XXX람3줄 요약점
- 네XX라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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