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멤논은 왜 아내에게 살해당했을까?(feat. 오디세우스)
우리가 왜 죽었느냐 누군가 묻거든,
우리의 아버지들이 거짓말했기 때문이라고 전하라.
러디어드 키플링, 전쟁의 묘비명들 : 표준 양식
아가멤논은 10년간의 전쟁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직후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당함. 놀란의 영화에서도 대체로 이러한 흐름을 따름(거의 3,000년 가까이 된 이야기를 스포라고 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왜 아가멤논을 살해했을까? 여러 전승에서는 아가멤논이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살해한 것에 대한 복수로 설명함. 이는 또 다른 질문을 부르는데, 그렇다면 아가멤논은 왜 이피게네이아를 살해했을까? 놀란의 영화에서는 이 일화 자체가 지나가듯 언급되다보니 그리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음. 어차피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도 같고.
여기서는 여러 신화와 비극을 살펴보며 이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 알아볼 예정임.
그리스 연합함대는 트로이로 출격하기 위해 아울리스라 부르는 항구에 집결함. 그런데 역풍이 그치지 않아 배를 띄우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됨. 기다림이 계속되면서 식량까지 떨어지자 결국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명성 높은 예언자 칼카스에게 신탁을 구함. 신탁의 답은 아르테미스가 그들을 막고 있다는 것임.
아르테미스가 원하는 게 뭘까? 바로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아름다운 딸 이피게네이아의 목숨임. 트로이를 공격하고 싶다면 딸을 제물로 바치라는 것임.

<또 당신입니까? GOAT....>
그러면 아르테미스는 왜 이런 잔인한 요구를 했을까? 전승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짐.
(1) 아가멤논은 아르테미스의 성소에서 사냥을 하다가 활로 사슴을 명중시킴.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그는 아르테미스조차 자신처럼은 못 쏠 것이라는 망언을 늘어놓았고 감히 사냥의 여신을 능멸한 것에 여신이 분노했다는 이야기.
(2) 아가멤논은 아르테미스에게 그 해에 태어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바치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음. 그런데 하필 그 해에 딸 이피게네이아가 태어났고, 결국 그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서 여신이 분노했다는 이야기.
이런 전승들을 보면 어느 정도는 아가멤논의 자업자득인 면이 있음. 사실 아가멤논은 항상 이런 식의 사고를 치는 캐릭터였음. 일리아스 에서도 시작부터 아폴론의 사제를 박대해 그리스군 전체가 아폴론의 분노를 뒤집어쓰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으니까.
결국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은 지난날 아가멤논의 불경함에 대한 벌이었던 것임. 여러모로 과도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면 그리스 비극들에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 부터 시작하자.
이 비극에서 트로이 전쟁은 제우스가 담당하는 환대의 법칙을 어긴 트로이를 벌하기 위한 것임. 제우스는 자신의 뜻을 독수리 두 마리가 임신한 토끼를 사냥해 죽이는 징조를 통해 드러냄. 트로이도 이처럼 도륙당할 것이라고.
그러나 이 징조는 동시에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부름. 그녀는 분노는 이 징조가 예고하는 트로이 원정으로 인해 벌어질 무차별적인 살육을 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따라서 아르테미스는 아울리스에서 그리스 함대가 출항하지 못하도록 역풍을 불게 하고, 출항을 원하면 아가멤논의 딸을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함.
요약하자면 이런 것임.
제우스 : "아가멤논! 가서 이 제우스의 법을 어긴 트로이를 멸망시켜라😶🌫️"
아르테미스 : "나는 아빠 의견에 반대야. 그래도 꼭 가야만 한다면 먼저 네 딸부터 죽이고 가렴 아가멤논🥰"
아가멤논 : "아"
우리가 먼저 살펴본 전승들에서 아르테미스가 이피게네이아의 목숨을 요구한 것에 크든 작든 어느정도 아가멤논의 잘못이 있었지만, 이 비극에서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불러온 과거의 불경 같은 잘못은 없음. 그저 서로 다른 명령을 내리는 두 신들 한가운데서 갈등하게 된 한 인간일 뿐.
아이스퀼로스는 왜 이렇게 각색했을까? 이 버전에서 아가멤논의 선택은 그저 지난날의 불경함에 대한 벌을 감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 아닌 사회적-도덕적 딜레마로 전환되기 때문임.
여기서 아무런 희생 없이 제우스와 아르테미스 전부를 만족시킬 방법은 없음. 그리고 두 신 모두 완전히 옳지도, 틀리지도 않음.
환대의 법칙을 어겼으면 처벌되어야 함. 그것은 다른 신도 아닌 제우스의 법임. 그러나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죄 없는 생명들이 스러지게 됨. 그렇다고 트로이 원정을 포기하면 아가멤논의 위신은 추락하고 제우스의 분노를 살 위험이 있음. 막상 또 원정을 가자니 죄 없는 딸의 목숨을 희생해야 하고 이 자체가 친족살해 범죄임.
이로써 정의와 정의가 충돌하는 장면이 만들어진 것임. 사실 이건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마주하는 어려운 선택을 묘사한 것이기도 함. 대체로 인간은 뭘 선택해도 좋기만 한 행복한 상황에 놓이기 보다는, 장단점이 분명한 선택지들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더 많으니까. 선택을 피할 수도 없고, 그 선택이 불러올 책임에서 면죄되지 않는.
마지막으로 다른 비극을 살펴보자.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에서도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다루고 있음. 그러나 여기서는 아르테미스가 요구하는 이유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음.
이 비극에서 아가멤논은 차마 딸을 죽일 수 없어 아울리스에 모인 군대를 해산하려고 함. 그러나 헬레네를 빼앗긴 동생 메넬라오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딸과 가족을 아울리스로 불러옴.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킬레우스와 결혼시키겠다는 거짓 편지를 써서.
그런데 막상 딸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도저히 죽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이 모습을 본 메넬라오스조차 아 형님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함. 그리고 조카를 죽이느니 차라리 헬레네를 포기하겠다고 함(!). 형님이 불행하고 나만 행복하면 무슨 소용이냐, 그냥 내가 새 장가 들고 말겠다면서.
그러나 훌륭한 청년 메넬라오스의 후회에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음. 그리스군의 전원 회의가 그녀를 죽이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임. 그리고 이에 거스를 경우 오디세우스가 그리스군을 이끌고 아가멤논과 그의 딸을 죽이고 트로이로 향할 것임.
오디세우스?
맞음. 지금 그리스군은 트로이와의 전쟁을 열망하며 몸이 달아있고, 이들의 열망을 자신의 야심을 위해 누구보다 능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언어의 마술사 오디세우스이기 때문임.
아가멤논: "그자는 언제나 교활하며, 군중 편이지."
메넬라오스: "그자는 무서운 재앙인 야심에 사로잡혀 있어요."
아가멤논: "네가 보기에는, 그자가 아르고스인들 한가운데에 서서
칼카스가 풀이한 신탁을 전하고, 내가 아르테미스에게
내 딸을 제물로 바치기로 약속했다가 약속을 어겼다고
말하지 않을 것 같으냐? 그자는 군대를 휘어잡고는
너와 나를 죽이고 내 딸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지
않을까? 설령 내가 아르고스로 도망친다 하더라도,
그들은 뒤쫓아 와 퀴클롭스들이 쌓은 성벽이고 뭐고
내 나라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에우리피데스,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526-535
여기까지 온 이상 아가멤논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음. 그는 트로이를 공격하려는 군중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음. 그는 명목상으로 그리스의 총사령관이나 실은 군중의 노예에 불과함.

<결혼 사기극에 휘말린 아킬레우스. 이피게네이아를 구하려는 아킬레우스와 그를 무심히 바라보는 아가멤논. 슬픔에 젖어 그를 바라보는 클리타임네스트라. Jacques-Louis David, 아킬레우스의 분노The Anger of Achilles, 1819.>
그러나 때맞춰 구원자가 등장하니, 바로 결혼 사기극에 휘말린 피해자 아킬레우스. 그 역시 트로이 전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으나, 전후사정을 설명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눈물 어린 호소에 내가 그녀를 지키겠노라 약속함. 이는 놀라운 결정인데 아킬레우스가 한 여인을 위해 자신이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될 바로 그 트로이 전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임.
끝내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이끌고 온 미르미돈 병사들에게까지 돌팔매질을 당함. 당장 트로이로 출항해야 할 판에 왜 그녀를 지키는 것이냐고. 그러나 아킬레우스의 의지는 변함이 없고, 마침내 군대를 이끌고 그녀를 잡으러 올 오디세우스와 충돌할 상황에까지 이름.
클리타임네스트라: "누군가가 내 딸을 붙잡으러 올까요?"
아킬레우스: "많은 자가 올 것이오. 그리고 오뒷세우스가 그들을 이끌 것이오."
클리타임네스트라: "시쉬포스의 아들 말인가요?"아킬레우스: "맞아요."
클리타임네스트라: "자진하여, 아니면 군대가 그렇게 하도록 그에게 명령했나요?"아킬레우스: "자진해 뽑혔지요."
클리타임네스트라: "나쁜 선택이군요. 살인의 공범이 된다는 것은."아킬레우스: "그러나 내가 그를 제지할 것이오."
(1356-1363)
그러나 아킬레우스가 자신 때문에 죽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이피게네이아는 결국 스스로 제물이 되기를 동의하며 갈등을 막을 내림.
이 작품을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기서 문제시되는 것은 트로이 전쟁 그 자체임.
군중의 의지를 꺾을 수 없는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에게 네 스스로 희생해야 한다고 설득하려 함. 그런데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포기하고 새 장가를 들겠다고 한 상황에서 대체 전쟁을 시작해야 할 어떤 이유가 남아 있을까?
아가멤논의 논리는 뜬금없게도 그리스의 자유라는 애국주의임. 그리스인을 납치한 야만인(트로이인)들에게 지금 따끔하게 응징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리스는 야만인들에 의한 납치를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임.
아가멤논 : "얘야, 너와 내가 할 수 있는 한, 헬라스는 자유로워야 하며,
우리는 헬라스인인 만큼 이민족들이 우리의 아내들을
억지로 납치해 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1273-1275)
그런데 아가멤논을 비난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말에서 우리는 그가 아내의 전 남편과 아이를 죽이고 그녀를 납치해서 결혼했다는 가족사를 알게 됨. 여기서부터 그리스인과 야만인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함. 아가멤논 본인도 전 남편과 아이까지 죽이며 납치혼을 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려고 하고 있음. 그리고 애초에 인신공양 자체가 당시로서도 야만적인 행위였음.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인들이 '야만인' 파리스가 헬레네를 납치했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슬퍼하면서 아버지에게 탄원하던 이피게네이아는 결국 자발적으로 목숨을 바치겠다며 마음을 바꿈. 그런데 이후 묘하게도 이피게네이아의 태도는 급변하여 아가멤논이 주장한 애국주의적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시작함. 마치 세뇌라도 당한 것 처럼. 과도한 슬픔과 공포에 미쳐버린 것일까? 아니면 어떤 깨달음이라도 얻었던 것일까?
그녀는 야만족은 노예이고 그리스인은 자유민이기에 그리스인이 야만인을 지배해야지, 그리스인이 야만인들의 지배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함. 바로 그것이 자신이 스스로 죽는 이유라는 것임. 문제는 앞서 아가멤논의 가족사가 공개되며 그리스인과 야만인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데다가, 아가멤논은 군중의 뜻에 거역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군중의 노예이자 그리스인들의 노예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는 것임.
아가멤논 : "얘야, 메넬라오스가 나를 노예로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그의 뜻에 따른 것도 아니다. 바로
헬라스에 나는 원하든 원치 않든 너를 제물로
바쳐야 하고, 내게는 이에 맞설 힘이 없다."
(1269-1272)
아가멤논 스스로의 행적이 아가멤논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이피게네이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음. 그리스인들의 자유를 위한다는 전쟁에서 총사령관은 딸의 목숨 하나 살려줄 힘이 없는 노예로 전락해 버렸으니까.
이러한 아이러니는 그녀가 아킬레우스가 자신을 지키다 죽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서 절정에 달함.
이피게네이아 : "이 점도 생각해 보도록 해요. 이분이 한낱 여인 때문에
온 아르고스인과 싸우다가 죽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요.
수천의 여인보다 한 남자가 목숨을 건지는 게 더 나아요."
(1392-1394)
그런데 수천의 여인보다 한 남자가 목숨을 건지는 게 낫다면, 헬레네라는 단 한 명의 여인 때문에 수천의 남자가 목숨을 잃게 될 트로이 전쟁은 도대체 어떻게 정당화되는 것일까?
그녀는 아가멤논의 애국주의적 논리를 완전히 내면화한 후 녹음기처럼 반복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 논리가 그녀의 입을 통해 발화되는 순간마다 반어적으로 전복되고 있음. 이 시점에서 아르테미스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녀의 목숨을 원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음. 우리가 이전에 본 아이스퀼로스의 버전에서는 아가멤논의 선택이 주제였지만, 이 비극에서는 트로이 전쟁 그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으니까.
에우리피데스는 여기에 신탁에 대한 인식론적 함정까지 설치해둠. 처음에 언급했듯이 이 작품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왜 그녀의 목숨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음. 거기에 더해 그녀의 목숨을 정말 아르테미스가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음. 칼카스는 명성 높은 예언자고 다른 전승이나 작품들에서는 이피게네이아의 목숨을 원한다는 신탁 자체에 대한 의심은 없음. 그러나 이 비극에서는 칼카스라는 인물 자체가 의심의 대상임.
그가 정말 진실을 말한 것일까? 애초에 그가 전하는 신탁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아킬레우스 : "예언자란 어떤 사람인가요?
운이 좋으면 진실은 조금, 거짓말은 많이 말하고,
운이 나쁘면 아무짝에도 못 쓸 자가 아닌가요?"
(955-958)
그렇다면 애초에 그녀의 희생을 정말 요구하는 자가 누구인지조차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것임. 정말로 아르테미스인가? 아니면 뭐라도 해서 신을 달래고 트로이로 출항하고 싶은 그리스인들인가? 아니면 그들의 마음을 조종하고 있는 야심가 오디세우스인가?
이 비극에서는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고,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어진 가운데 딸을 죽여야만 하는 한 남자와, 죽어야만 하는 한 여자만이 존재할 뿐임.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20년 이상 전쟁중이었던 기원전 405년에 공연되었음. 이 시기 아테네는 점차 기나긴 전쟁으로 인한 소모와 정치적 혼란으로 지쳐 있었고, 극이 공연된 다음해인 기원전 404년 아테네는 끝내 스파르타에 패배함.
이 작품은 당시 아테네 정치 상황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음. 무엇을 위해 전쟁을 지속하는지조차 점차 흐릿해지는 긴 전쟁. 끝없이 소모되는 재정과 인명. 오디세우스에서 연상할 수 있는 군중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호전적인 선동가들. 그리고 이들이 이끄는 군중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정치가들. 이 모든 상황들이 극 안에 녹여져 있음.
무엇을 위한 희생이고, 대체 누가 요구하는 희생인지조차 알 수 없어진 트로이 전쟁에 대한 비극을 관람한 아테네 시민들이 극장 밖을 나서는 순간 현실의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을 것임.

<Pierre-Narcisse Guérin,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가멤논Clytemnestra and Agamemnon, 1817.>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으니 다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음. 아가멤논은 딸 이피게네이아를 죽인 것에 대한 복수로 살해당했음. 그러나 우리가 보아왔듯 그 복수의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한 설명은 그리 간단하지 않음.
여러 전승들에서 이피게네이아가 희생되어야 했던 이유는 아가멤논의 불경함에 대한 벌로 설명됨. 그러나 아이스퀼로스로 들어가면 두 신이 내린 명령 사이의 충돌로 바뀌고 포커스도 개인의 고뇌에 맞춰짐.
에우리피데스로 들어가면 이제 그것이 신이 내린 명령인지조차 의심스러워지는 한편으로 신이 아닌 '인간'이 전면에 등장함. 그녀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그리스의 자유 때문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 배후에서 전쟁에서의 승리와 명예, 정치적 영향력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모습을 드러냄. 이 시점에서 그녀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인간이고 신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남.
이를 통해 불나방들을 유혹하는 화려한 불꽃인 트로이 전쟁의 가치 역시 의문에 붙여짐. 동시에 이 강렬한 불꽃은 배우들을 넘어 관람석에 앉은 현실의 관객을 비추고, 그들은 자신들의 전쟁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임.
그리스인들에게 신화는 현실을 비치는 거울이기도 했음. 들여다보면 호메로스의 영웅들 뒤로 자신의 얼굴이 비추어지는. 이처럼 아버지가 딸을 살해한 신화적 사건도 비극 작가들의 손에 의해 점차 인간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가면서 이피게네이아의 죽음을 설명하는 이유가 복잡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음.
여기서 딸의 죽음을 갚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복수는, 다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어머니를 죽이는 아들 오레스테스의 이야기로 이어짐.
이는 다시 연쇄적인 복수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를 이끄는데...
참고자료
에우리피데스. (2020).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Gantz, T. (1993). Early Greek myth: A guide to literary and artistic sources.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McClure, L. K. (Ed.). (2017). A companion to Euripides. Wiley Blackwell.
Nussbaum, M. C. (2023). 연약한 선: 그리스 비극과 철학에서의 운과 윤리 (이병익, 강명신, 이주은, 역). 서커스출판상회. (Original work published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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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XXXXXXt비처녀주거 처녀도 주거
- AXXXXXXt이피게네이아에 대해서는 죽었다는 전승도 있고, 불쌍히 여긴 아르테미스가 거둬 자신의 여사제로 삼았다는 전승도 있음. 후자를 채택한 것이 에우리피데스의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이고 이 비극은 후대인 로마 시대에 대박을 쳤음( ).에우리피데스는 그리스에서는 그렇게 인기있는 작가가 아니었지만(물론 비극 대회 3위 안에 자주 입상한 대단한 작가이긴 했음) 유독 로마인들이 사랑했던 작가. 아마도 작중에서 내비치는 좁아터진 폴리스 시대를 초월하는 관점 때문일 것 같기도 한데, 실제로 지금 읽어봐도 미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테마가 현대적임.
- 비XXXX비아르테미스는 담당 분야가 처녀와 사냥이 아니라 살인과 인간 사낭을 맡으셨어야 했을거 같네요 😂
- AXXXXXXt그리스 신 특) 이 잖아요 ㅋㅋ
- 리XXX맇둘이 다른게 뭐냐고 물어보면 욕플들이 많이 달리려나…
- AXXXXXXtㅋㅋㅋㅋ
- 꼬X살인은 그리스신 평균 아닙니까
- 육X엽아르테미스가 처녀의 상징은 아닐 걸? 왜냐면 아테나도 처녀라서사냥은 인간 사냥이 아니라곤 한 적 없다 ㅋㅋㅋ
- 안XXXX기천룡인 ㄷㄷ
- 필XX랑좋은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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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XXXjㅊㅊ
- AXXXXXXt감사합니다!👍
- AXXXXXXt감사합니다 ㅎㅎ!!
- 비XX스그리스 대표 콩가루 왕족집안 추
- AXXXXXXt개막장 집안 아트레우스 가문이죠 ㅋㅋ 사실 이런 피의 복수도 집안 내력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 ㅇXXXXㅋ원래는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를 죽인 아이기스토스가 클리타임네스트라보다 주역 취급이었지아이기스토스는 아버지 티에스토스가 인육이 된 자식들의 복수하려고 근친으로 만든 자식이라서 얘만의 서사가 있음본문 미술작품만 봐도 아이기스토스가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있지근데 시대 관점이 바뀌면서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이기스토스보다 더 비중이 오름
- AXXXXXXt맞아요. 벌써 아이스퀼로스부터 아이기스토스는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주역으로 그리고 있죠. 비극 '아가멤논' 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자같은 여자,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자입니다. 아이기스토스는 여자에 붙어먹는 씹게이로 등장하죠.이는 사실 아테네인들이 다른 폴리스를 비난하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도시는 남자는 여자처럼, 여자는 남자처럼 행동하며 성 역할이 전도된 타락한 도시였다는 것이죠.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도 그렇고(남자처럼 행동하는 안티고네-씹게이 클레온) 에우리피데스도 '메데이아'에서 비슷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 AXXXXXXt그래서 이 부분은 그리스 비극을 읽을 때 조심해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스 비극은 흥미롭게도 아테네 사회 외부에 존재하던 타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 비시민 외국인 적 노예 야만인 등. 그런데 이게 온전히 타자의 시선을 소개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비난하려는 의도인 경우도 있어서 잘 읽어내야 하죠.
- ㅇXXXXㅋ그리고 난 오레스테스의 재판에서 아테나 판결이 일리 있다고 생각함오레스테스-클리타임네스트라만의 갈등이 아니라 탄탈로스부터 이어지는 숙명같은거지아가멤논도 쓰레기로 보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지휘관으로서의 입장이 있었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어머니로서의 증오할 수 밖에 없고 오레스테스는 당연히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하고 아이기스토스도 아가멤논 씹어먹어도 시원찮고ㅇㅇ
- AXXXXXXt"어쩔 수 없었다" 고 해서 책임에서 면죄되지 않는 것이 그리스인들의 사고이긴 하죠 ㅎㅎ. 오이디푸스 왕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운명이었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한다고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오레스테이아도 그런 경우인데 사실 복수는 아폴론의 명령이기도 했죠. 인상깊은 것은 신적 개입이 아니라 신을 등에 업은 인간의 투표로 피가 피를 부르는 복수의 연쇄를 끊어냈다는 것이겠습니다. 이는 오디세이아 마지막 권에서 아테나가 직접 강림해 복수하러 몰려온 구혼자들의 가족을 제지하면서 복수를 멈춘 것보다 더 진보된 관점이긴 합니다.
- sXXXXnㅊㅊ!
- AXXXXXXt감사합니다!🥰
- 특XXXX밥하여튼 싸패테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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